좀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제주도 여행 이야기도 정리해본다.
엄마가 버스에서 내릴 때 앞사람이 넘어지면서 같이 쓰러져 다리를 다치셨는데, 많이 걷지도 못하지만 집에만 계시는 것도 힘드실 것 같았다. 마침 휴가를 낼 수 있어 천천히 바람 쐬며 둘러보자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2025년 6월 말 여행)
1. 첫날 노을과 고등어회 — 망설였지만 잊지 못할 맛


렌트카 사장님께 첫날 저녁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요즘 날이 애매하니 일반 회보다는 고등어회를 먹어보라고 하셨다.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릴까 봐, 껍질이 그대로 붙어있는 듯한 비주얼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아니다, 꼭 먹어봐야 한다"고 적극 추천해주셔서 한번 먹어봤는데 — 지금도 생각날 만큼 맛있었다. 비리지 않고 담백했고, 평소 질긴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질기지 않으면서 적당히 기름진 게 연어 느낌도 살짝 나면서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공항 근처 바닷가 쪽이라 주변에 횟집이 많으니 첫날 저녁으로 추천한다.
마침 우리가 앉은 자리가 바닷가 전망이었는데, 그날 내려온 붉은 노을이 코타키나발루 적도의 노을보다 더 멋졌다. 고등어회와 그 노을 하나로도 첫날은 충분했다.
2. 호텔 난타 제주

원래 계획은 매일 다른 숙소를 옮기는 거였는데, 호텔 난타 제주에 가보니 생각보다 깨끗하고 마음에 들었다. 엄마도 다리가 불편하시니 결국 2박을 그 자리에서 지냈다.
외출 전 숙소에서 나오다 메이드분과 마주쳐 간단한 걸 여쭤봤는데, 친절하게 답해주시면서 "요즘 사람이 많이 안 와서, 와주셔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조식도 대단하지는 않지만 아침에 챙겨먹기에 나쁘지 않았다. 하루는 조식을 먹고, 다른 날은 밖에서 사 먹었는데 아침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바쁘지 않다면 조식을 먹고 나오는 걸 추천한다.
3. 흑돼지 삼겹살

삼겹살은 소개받은 곳도 있었지만, 지나가다 눈에 띈 고기 직판장 느낌의 식당에 들어갔는데도 충분히 맛있었다. 어디를 가도 기본 이상은 한다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제주도 어디를 가도 키오스크와 서빙로봇이 잘 갖춰져 있고, 동선이 거의 매뉴얼화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덕분에 어느 식당을 들어가도 큰 실패 없이 먹을 수 있었다.
4. 맛을품은삼계탕
가족이 운영하는 것 같았던 삼계탕집. 단체 손님 예약이 있었는데도 엄마가 잘 걷지 못하는 걸 보시고 좋은 자리를 내주셨다.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식재료를 사장님이 직접 정성껏 만들고 있다는 것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맛있었다고 기억에 남아있다. 그냥 드나드는 손님이 아니라, 우리 모녀를 마음으로 챙겨주신 느낌이었다.
5. 1100고지 영실휴게소 — 고상돈을 기억하는 길


제주도에 왔으니 한라산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엄마가 다리가 안 좋으니 차로 올라가는 코스를 택했다. 숙소 주변 한라산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1100고지 영실휴게소까지 차로 올라갔다.
한라산 1100도로는 에베레스트 한국인 초등자 '정상의 사나이' 고상돈을 기리는 의미로 2010년 명예도로로 지정된 '고상돈로'이기도 하다. 고상돈은 1948년 제주에서 태어나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한라산 1100고지에는 그를 기리는 고상돈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조각상과 기념비 앞에서 잠시 앉아 간단히 먹으며 쉬다가 내려왔다. 차로 갈 수 있는 구간이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함께해도 무리 없는 코스였다.
이곳 휴게소에서 열쇠고리, 미니 소주잔, 간단한 먹을거리 등 기념품도 구매할 수 있었다.
✅ 이동 — 차량 진입 가능, 휠체어·보행 불편 어르신도 방문 가능
✅ 추천 — 고상돈 기념비 앞에서 잠시 쉬어가기 좋음
6. 캄포(CAMPO) — 도마와 반상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




3층으로 잘 꾸며진 베이커리 카페 캄포(CAMPO)에 들렀다. 1층(지하)은 도마와 반상을 만들고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공방, 2층은 카페 주문, 3층은 홀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와 둘이 "이런 곳은 돈 많은 사람이 세금 줄이려고 만들어놓은 거 아니냐"며 소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도마 만들기 체험을 하면서, 사장님이 직접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시고 좋은 나무로 만든 도마도 저렴하게 내주셨다. 그러면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우리 생각과는 달랐다. 제주도에 사람들이 너무 안 와서 투자한 만큼 운영이 너무 어렵다는 솔직한 고민이었다. 그때 이 카페를 소개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지키게 됐다.
사장님, 늦었지만 이렇게 소개해드립니다.^^
7. 생생생공화국 — 가성비 좋은 효소찜질, 예약은 미리 하는 게 좋다

당일 예약으로 들렀는데도 바로 준비해주셨다. 다른 지역보다 가격도 저렴했다.
효소찜질은 몸을 따뜻하게 데워 혈액순환을 돕고, 땀으로 노폐물을 배출시켜준다고 한다. 효소를 미리 데워 준비해놔야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어서, 가능하면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고 한다. 신기했던 건 땀을 흘려도 쉰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장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로는, 90세 가까운 노모께서도 꾸준히 효소찜질을 받으시는데 아픈 곳 없이 건강하시다고 했다. 다른 손님 중에도 거동이 불편하셨던 분이 꾸준히 다니면서 많이 좋아지셨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정확한 의학적 효과는 알 수 없지만, 사장님의 진심 어린 정성만큼은 확실히 느껴졌다.
⚠️ 팁 — 효소를 미리 데워둬야 효과가 좋으니 사전 예약 추천
8. 렌트카 운전자라면 꼭 알아야 할 것 — 🚨버스전용차로 딱지
여행 중 가장 억울했던 순간 하나. 버스전용차로로 갔다는 이유로, 여행을 다녀오고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딱지가 날아왔다.
평소 시내버스 전용차로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사람이라 아무 생각 없이 다녔다. 표지판에 안내는 되어 있다지만, 운전하면서 표지판을 일일이 꼼꼼히 읽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제주도에서 렌트카로 운전한다면, 버스전용차로 표지판을 미리 한 번쯔음 검색해보고 가는 걸 꼭 추천한다.
다리를 다쳐도 충분했던 여행


싸우면서, 챙겨주면서, 서로 도닥여주면서, 고마워하면서 — 그렇게 소소하게 다녀왔고, 잘 다녀왔다.
그때는 코로나가 끝난 지 한참 지나 방문객이 많아야 할 시기였는데도, 제주도를 찾는 한국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 시기였다. 사람이 북적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디를 가도 자연스럽게 중국어가 들렸다. 식당에서도, 관광지에서도 그랬다. 오히려 한국인인 내가 왠지 그 안에서 주눅 드는 느낌이었달까. 가는 곳마다 방문객이 줄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래서인지 우리를 맞아주는 친절이 더 깊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안에서의 여행이 동남아 여행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데, 막상 잘 찾아보면 품질이나 비용 면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다닐 수 있었다. 다만 관련 정보가 한곳에 유기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게 아쉬웠다.
기념품 가게는 검색은 되는데 막상 가보면 거의 다 문을 닫아 살 곳을 찾기 어려웠다. 과일을 사고 싶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시기가 애매했던 탓인지, 결국 한 귤 농장에서 진행하던 귤잼 체험에 들렀다가 귤차를 사 온 게 전부였다.
다양한 경험이 많은 여행은 아니었지만, 맛있는 식사와 드라이브, 효소찜질로 채운 시간이었다. 맛있는 거 먹고, 바닷가 앉을 만한 곳이 있으면 그냥 아무 말 없이 앉아 바다를 보고, 간식 사서 숙소에서 쉬고, 찜질하고 — 그렇게 천천히 보내다 왔다.
📌 담엔 요트도 타야지^^